[스크랩] 설악산 미륵장군봉암벽 체게바라길
설악산 미륵장군봉암벽 체게바라길 등반
먼저 다녀오신 선배님들이 올려놓으신 자료들을 정리해서 사진과 함께 올립니다.
여러번 가보신 분들이나 중상급 고수님들은 여기를 등반하는 것이 별일이 아니겠지만 나같은 왕초보에게는
난생처음으로 본격적인 등반을 하는 것이어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고 또한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꾸벅~
1. 개요
설악산에서 풍경이 아름다운 곳 하면 외설악의 천불동계곡과 토왕골 등을 꼽을 수 있다. 남설악은 단연 안산(1430.4m)과 그 일대의 석황사골이다. 이 골짜기는 비록 짧긴 하지만 양 옆으로 바위 협곡이 있어 고도를 높일수록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이곳에는 ‘몽유도원도’ 리지와 오른쪽엔 수직 고도 약 280m의 거대한 벽, 미륵장군봉암벽이 있어 남설악의 풍경을 즐기기엔 더없이 그만이다.
미륵장군봉 (홍순바위)
암벽위에서 본 붉은벽, 그 위가 몽유도원도 릿지길이다.
2. 들머리
석황사골로 가려면 한계령을 넘기 전 장수대쪽에서 44번 국도를 따라 옥녀봉쪽으로 5분 정도 걸어 내려가 옥녀2교를 지나 거대한 오버행을 이룬 하늘벽을 조금 지나게 되면 도로가 굽어지는데, 이곳이 석황사골 초입이다.
왼쪽 계곡건너 하늘벽이 보일쯤 오른쪽 공단표지판 길로 들어선다. 어프러치 길은 몽유도원도 원도와 동일하다. 완만한 산길을 따르면 평탄한 산죽밭이 나오고 석황사터로 가는 길과 곧장 가는 길이 갈리는 좁은 삼거리가 나온다. 아래쪽으로 가면 '석황사터’를 지나게 되고 두 길은 다시 만난다.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자 마치 커다란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의 거대한 미륵장군봉 북서벽이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좌측으로는 깍아지른 듯한 수직벽의 웅장한 암벽인 붉은벽과 그 위로 몽유도원도 암릉이 하늘을 찌르고 장대하게 서있다. 마치 위에서 아래로 반듯반듯하게 자른듯한 네모진 바위들을 하나하나 붙여서 세워놓은 듯 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장대한 바위벽과 능선에는 그림이라도 그리듯 군데군데 소나무들이 있어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하고 있다. 그 아래로는 오승폭포가 작은폭에서 45분을 더 올라 갈라지는 계곡의 좌측에 숨어있다. 약 100m의 5단 폭포인데 상단 1, 2단은 80m 직벽이고 하단 3, 4,5단은 40m 정도 되는 와폭이다.
자연의 오묘함과 신비함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절경에 바위를 할 생각조차 잊어 버리지만 미륵장군봉에 오르면서 아래로 펼쳐지는 모습이야말로 더욱 더 할말을 잊게 한다. 미륵장군봉은 이름만 들어도 웅장함을 알 수 있다. 암장의 폭은 외설악 비선대 앞의 장군봉 보다도 넓은 120m쯤 되며 높이는 완경사를 포함한다면 250여m는 되는 듯 하다.
미륵장군봉은 밑에서 쳐다볼 때엔 완경사로 보이지만 중반부 부터는 수직벽의 급경사를 하고 있어 예상외로 밸런스와 노련함의 침착함이 요구되며 고도감 또한 대단하다. 암질은 화강암을 하고 있으나 바위면의 모래알과 바위의 모서리 등이 떨어져 나가는 등 약한 것 같다.
이곳 미륵장군봉은 총5개의 루트가 개척되어있다. 5개의 루트 모두 등반길이 200미터가 넘는다. 인수봉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암벽등반대상지다.
암장의 좌측면에 개척되어있는 “코락길”을 1990년 8월에 코락(코오롱등산학교 동문회)회원들로부터 개척되었다.
암장을 볼 때 검은색을 하고 있는 우측의 넓은 면에는 타이탄 산악회에서 개척한 4개의 루트가 열려있다. 그 당시 외설악에 집중된 등반대상지에서 벗어나 내설악에 새로운 암장을 찾던 이 산악회는 1994년 8월에는 ‘타이탄길’을 개척했으며 1990년 10월 한가위를 맞아 이곳 미륵장군봉 전면 벽에 ‘한가윗길’을 개척했고, 1991년 9월에는 ‘노총각길’을 개척했다. 이어 2001년에는 ‘카르마’를 개척하는 등 거의 매년 이곳 미륵장군봉에서 개척과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왼쪽에 튀어나온 루트가 코락길, 가운데 크랙부근이 체게바라길, 그리고 그 오른쪽이 타이탄길이다.
가장 오른쪽 돌출부분이 청운길이다.
3. 등반 길잡이
미륵장군봉 ‘체게바라길’은 경원대학교산악부 OB의
‘체 게바라길’. 루트 이름은 아르헨티나 귀족 출신의 의사로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완수한 후, 그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혁명 활동을 하다 볼리비아 정부군에 체포돼 처형된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1928~1967)를 다시금 생각하기 위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루트 개척자 중에 학생운동과 관련되었던 386세대가 있거나 대원들 중 누군가가 한때 유행했던 체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ㅎㅎ).
‘체게바라길’은 우측 벽의 ‘코락길’과 ‘타이탄길’ 사이에 있는 코스로, 벽에 나있는 여러 루트 가운데 가장 쉽게 설계돼 있다. 중상급자코스 벽등반을 오르는 실력이면 큰 어려움은 없다. 등반 거리 약 260m, 8피치로 구성된 이 루트는 고도감이 대단하기 때문에 거벽등반을 하는 맛이 난다. 6피치 최고 난이도가 5.10c이지만 볼트 간격이 촘촘해 인공등반하는 식으로 넘어가면 된다.
그러나~ 나 같은 왕초보에게는 무지 어려웠고, 혹시나 선등이 6P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직상을 해서 그런지 더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입안이 마르고 입맛이 썻던 펌핑날 뻔한 기억뿐이다.
[1피치]
와폭 오른쪽에서 시작한 1피치의 시작 지점은 완만한 슬랩 위에 이끼가 껴있다. 중간 정도 오르면 이끼가 사라지고 볼트 한 개가 보이고, 누운 슬랩 상의 볼트 한 개를 지나 50m 정도 더 오르면 확보용 볼트에 설치된 ‘↑코락 타이탄↑’이라고 쓴 스테인리스로 만든 작은 표지판이 나온다. 우리팀은 시간관계상 1피치를 건너뛰고 2피치부터 시작했다.
몽유도원도길에서 내려다본 출발지점
[2피치] 길이 50m/난이도5.7급
2피치는 스테인리스 표지판에서 왼쪽으로 약 5m 가면 참나무가 나온다. 이곳에서 확보준비를 한 후 바로 앞에 보이는 짧은 크랙에 박힌 하켄을 지나 곧바로 이어지는 슬랩으로 진입하면 된다. 코락길 표지판 오른쪽을 지나 풀이 나있는 외쪽크랙으로 올라 갈 수도 있는데 그 길이 가장 쉽다. 첫 번째 볼트 지점이 균형 잡기가 좀 까다롭다. 그 뒤 슬랩 상의 포켓홀드를 잘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이후 3개의 볼트를 지나면 확보용 소나무에 닿게 된다.
[3피치]
3피치는 첫 번째 볼트가 있는 부분이 동작이 약간 까다로운 편이다. 이곳을 지나면 쉬운 슬랩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처음 만나는 쌍볼트 위를 20m 직상하면 3피치 확보용 쌍볼트에 이른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코락길로 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약 20m 걸어가면 타이탄길 쌍볼트가 있는데, 체 게바라길 4피치 출발지점과 동일하다.
[4피치] 난이도5.10+
4피치 시작 부분은 슬랩이다. 슬랩 상의 하켄을 지나 왼쪽으로 이어진 크랙에 프렌드를 한두 개 설치한 후, 크랙 오른쪽에 박혀있는 볼트로 접어들면 곧 쌍볼트가 나온다. 이 윗부분이 4피치 가운데 가장 어려운 5.10a이지만 볼트를 이용해 오르면 등반이 쉬어진다. 이어 쌍볼트에 확보하면 4피치는 종료하게 된다.
4피치 확보지점, 사진은 완경사로 보이지만 저기까지 올라가는 마지막 부분이 만만치 않다. ㅠ.ㅠ
4피치 급경사에 확보지점이 있다.후등자 확보를 보다보니 암벽화가 꽉 끼어서 발이 저린다.
[5피치]
5피치는 전반적으로 쉬운 구간이다. 계단식의 바위를 올라 볼트가 3개 나란히 박혀있는 짧은 크랙이 약간 어려운 구간이지만 오른쪽 발과 손 재밍을 잘 활용하면 쉽게 오를 수 있다. 이후에 나오는 짧은 침니처럼 생긴 구간도 그 안의 크랙이나 돌기들을 잘 이용하면 용이하게 등반이 가능하다.
4피치와 5피치, 등반 고도를 높일수록 남설악 석황사골의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몽유도원도’ 리지와 그 아래 펼쳐진 막막한 고도감의 붉은벽. 사람들은 원시적 몸짓으로 길을 찾아 오른다.
5피치 테라스
[6피치] 난이도5.10c
6피치는 이 루트 가운데 가장 어려운 5.10c 구간으로 짧은 페이스와 짧은 벙어리 크랙을 오르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이 구간도 볼트 간격이 촘촘해 인공등반하는 식으로 하면 등반이 가능하다.
진경산수화의 여백을 뒤로 하고 짧은 6피치를 오르는데 밑에서 누워 보였던 벽이 실제 등반에 임하자 생각 밖으로 까다롭다. 하지만 5.10c의 짧은 크랙 구간도 볼트 세팅이 가까이 돼 있어 오르기엔 무난하다. 6피치 넓은 테라스에 올라서자 저 멀리 가리봉(1,518.5m)에서 주걱봉과 (1,401m)과 삼형제봉(1,225m)의 능선이…, 하늘과 가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완만하고 장중한 산줄기를 바라보자 비로소 산이 산답게 보인다.
[7피치, 8피치]
7,8피치는 모두 슬랩구간으로 경사가 제법 느껴지지만 홀드가 좋아 어렵지 않다. 8피치 등반을 종료 후 쉬운 암릉을 걸어 서북능선으로 향하거나 올라온 벽으로 하강한다. 마지막 암봉은 장군석봉 암릉에서 뚜렷한 형체를 가진 독립 암봉으로 장롱처럼 네모반듯한 바윗덩이를 능선 위에 얹어놓은 형상이다. 이 봉우리는 전면 벽으로 오르기 어렵기 때문에 뒤로 돌아 오른다.
(절대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님. 단지 사진을 위한
드디어 8피치 정상에 도착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 그것도 난이도 5.10+씩이나 되는 루트를 내가 어떻게 올라왔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서 아무 생각이 없다.
8피치 정상에 올라 한 숨 돌리고 나니 건너편 몽유도원도 암릉이 이제서야 제대로 보인다. 정말 한편의 산수화가 아닐 수 없다. 자연이 빗어낸 천상의 아름다움이 바로 저런 것인가? (루트 이름 한번 제대로 잘 붙였다. ^.^)
군말 한마디 없이 잘 참아준 팀원들에게 감사하고, 특히 위에서 확보봐 준 김성순씨와 (무거웠을틴디 ㅠ.ㅠ), 아래에서 코치해 주신 박현철씨에게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선배님도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하강]
하강은 60m 자일 두 동을 연결하여 6피치와 4피치의 확보지점으로 내려오면 된다. 이 중 6피치에서 4피치로의 하강은 아래로 내려올수록 몸이 왼쪽으로 쏠리는데 확보지점이 오른쪽에 있으므로, 특히 초보자가 있을 경우 신경 써야 한다. 4피치에서의 하강은 쌍볼트가 있는 4피치 시작지점으로 하지 말고 3피치 종료지점이 있는 왼쪽 방향으로 가면 20m 걸어가는 구간을 생략할 수 있다. 2피치에서 하강할 때 소나무 밑 쪽에 있는 하강 링을 위로 해놓고 하강해야 하강 후, 자일이 잘 빠진다.
역시 하강시 확보지점이 오른쪽에 있어 사선으로 내려가려니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4. 소요장비, 소요시간
체게바라길은 3인 1조로 등반하는 것이 좋으며 등반 시간은 5~6시간이 걸린다. 등반장비는 자일 60m 2동과 프렌드 1조, 퀵드로 13개, 슬링 3개 정도가 필요하다. 5~10m의 막 슬링을 준비한 후 하강할 때 불안하다 싶으면 교체하면 된다.
서북능선까지는 10시간이 걸린다. 등반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동부산장 쪽의 계곡을 통해 미륵봉암릉으로 진입할 수 있다. 석황사골에서 암릉에 올라섰을 경우의 탈출로는 동부산장 쪽 밖에 없다.
이번 산행인원은 8명이었고 특히 폭탄(나)이 하나 끼어있어 산행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 것 같다. 마지막 피치 하강때에는 하는 수 없이 랜턴을 켜고 내려와야 했다
하강
5. 하강
하강은 60m 자일 두 동을 연결하여 6피치와 4피치의 확보지점으로 내려오면 된다. 이 중 6피치에서 4피치로의 하강은 아래로 내려올수록 몸이 왼쪽으로 쏠리는데 확보지점이 오른쪽에 있으므로, 특히 초보자가 있을 경우 신경 써야 한다. 4피치에서의 하강은 쌍볼트가 있는 4피치 시작지점으로 하지 말고 3피치 종료지점이 있는 왼쪽 방향으로 가면 20m 걸어가는 구간을 생략할 수 있다. 2피치에서 하강할 때 소나무 밑쪽에 있는 하강 링을 위로 해놓고 하강해야 하강 후, 자일이 잘 빠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