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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강 및 확보장비의 변천사

뭉게구름™ 2016. 1. 5. 15:00

많은 이들이 하강장비와 확보장비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그 출발은 같다.

•먼저 하강기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8자하강기가 있다.



•등반장비가 부실하던 시절 8자하강기는 등반자에 대한 확보와 하강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장비로 현재까지도 많은 산악인이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비이다.

•그러나 8자하강기는 하강을 하고나면 자일이 꽈배기처럼 꼬여서 자일을 다시 풀어주어야하는 불편이 있으며, 이 꼬임으로 인해 여러가닥으로 이루어진 내피와 이를 둘러싼 외피와의 분리현상 등 자일에 손상을 주게된다.

•이를 개선한 장비가 튜브이다.



•위 장비는 블랙다이아몬드사의 ATC-XP라는 하강장비다. 튜브 일명 돼지코라한다.

•이 튜브는 8자 하강기와 같은 자일꼬임현상이 개선된 제품이지만 등반자를 확보하는 내내 제동자일에서 손을 떼서는 안되는 장비이다. 등반장비는 여기서 더 발전하여 확보자가 손을 떼도 자동으로 제동이 걸리는 장비를 개발하게된다. 그 대표작이 페츨사에서 만든 1세대 리버소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확보기에선 생각지도 못한 자동제동기능이 일부 들어간 제품이 위 사진의 리버소다.

•리버소엔 돼지코와 달리 옆면에 고리가 하나 더 달렸다. 이 고리로 인해서 후등자 확보를 볼 때 자동제동이 가능하게 된다.

•확보점에 장비를 설치할 때 추가된 이 고리에 장비를 걸게된다. 그렇게되면 등반자쪽 자일이 확보자쪽 자일을 등반자의 체중만한 힘으로 짓누르게 된다. 등반자가 추락하면 이 힘이 자일유통을 막게된다.

•그러나 리버소의 경우 등반자가 추락을 한 상태에서 조금아래 테라스까지 내려주어야 할 경우, 슬랩에선 어려움이 없지만, 등반자의 체중이 실리는 오버행에선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한 장비가 블랙다이아몬드사의 ATC가이드다.



•위 사진이 ATC가이드이다.

•이 장비에는 위에 리버소에 비에 반대편에 작은 고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고리에 퀵드로우 등을 걸어서 튜브와 같은 형태로 자일이 위치하도록 즉, 등반자의 자일이 제동자쪽 자일을 누르지 못하도록 장비의 방향을 돌려주어 잠김상태를 풀어줌으로 등반자를 내려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비들은 여전히 수동제동확보기이다. 즉, 선등자 확보시 필요한 자동제동기능이 없다.

•그러던 중에 페츨사에서 1세대 그리그리라는 장비가 출시되었다. 자동제동기능을 가진 대표적인 확보장비다.



•자동 제동기능을 가진 등반장비로 가장 각광받는 장비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 장비로 인해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장비 사용에 대한 부주의로 인한 것이다.

•너무 쉽고 자주 사용하다보니 조심하지 않는 태도가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자동으로 제동이 되는 장비는 대부분 두가지 원리 중 하나를 이용한 것이다. 선등자쪽 자일이 선등자의 체중으로 확보자쪽 자일을 눌러 제동이 되는 것과 자일과 장비내에 회전이 가능한 캠의 마찰력을 이용하여 캠이 돌아가면서 캠과 장비 외부구조물의 사이로 자일이 통과하는 구멍을 좁게 만들어 제동을 하는 원리이다.   

•자일이 자일을 눌러 제동이 되는 휴볼트, 알파인업 등의 제품과 캠에 의해 자일이 눌려 제동이 되는 신치, 에디, 백봉 자일브람제 등 다양한 장비들이 개발되었다.

•동시에 튜브도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하여 신형 리버소 등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되어 있다. 여기서 오늘날 등반자 대다수가 확보장비와 하강장비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이유는 무얼까?

•10여M 정도 높이의 암반에서 하드프리를 하는 경우 확보자가 등반자를 하강시켜줄 때 장비를 바꾸지는 않는다. 이 경우 확보기가 하강기로 사용된다.

•그런데 왜 등반자가 직접 확보를 하며 하강을 할 때는  짧은 거리임에도 그리그리를 사용하지 않고 튜브를 사용하는 걸까? 엄밀히 말해서 그다지 높지 않은 높이에서 하강할 때는 자동제동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하강중 혹여 손을 자유롭게 사용해야 할 경우 자동제동기능이 있는 하강기는 매우 유용한 장비이며 안전한 하강을 위해서도 튜브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습관적으로 튜브는 하강기, 그리그리는 확보기로 사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마찰열 때문이다.

•50~60M 정도의 긴 거리를 쉼 없이 하강한 후 튜브에 손을 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온도가 올라간다. 열에 약한 자일에는 치명적이다. 그런데 튜브를 사용하면 장비 전체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상당부분 하강자의 손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그리그리와 같은 장비는 캠의 모서리부분이 자일을 눌러주어... 자일이 통과하는 모든 부분이 아닌 각이진 특정 모서리부분만 제동력을 만들게되어 이곳의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 자일에 치명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여담으로 동굴탐험가를 위해 개발된 하강만을 위한 장비가 있다. 대표적인 장비가 스탑이다. 스탑 역시 자일을 눌러주는 모서리가 있다. 그러나 하강도중에는 이 모서리에서 제동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내부에 회전하지 않는 두 개의 캠이 있어서 이 캠 전체 표면이 자일과의 마찰을 일으키며 하강속도를 줄여주게 된다. 스탑은 한쪽 몸통 전체가 회전하는 방식으로 특정 모서리 한곳의 마찰력에 의지하는 장비가 아니다.

•그러면 그리그리와 같은 경우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는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그리그리 등을 사용할 때 제동을 풀어주는 손잡이로 하강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잘못된 사용법이다.

•이런 류의 장비는 고전적인 8자 하강기와 마찬가지로 제동손으로 하강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손잡이를 완전히 제껴서 제동력을 풀어주고 악력으로만 하강속도를 조절하면 특정부위에 발생하는 마찰열을 줄여줄 수 있고, 자일 손상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그리와 같은 장비에서 손잡이로 하강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자동차가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풋브레이크로 제동을 하는 것과 같다. 짧은 거리는 무관하지만 긴 내리막의 경우 제동기능을 상실하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사용하는 것이 엔진브레이크다. 그리그리의 손잡이를 완전히 제껴서 장비에 발생하는 열을 줄여주고, 손의 악력으로 하강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좋은 사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확보기를 보려한다.

과거 코오롱 등산학교 교재를 보면 후등자확보시엔 그리그리를 사용하되, 선등자 확보시엔 튜브를 사용하란 내용이 있었다.

•그이유는 그리그리와 같은 자동제동기능이 있는 장비는 급격하게 추락을 멈춘다는 단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쿠션이 있는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다르다.

•여기에 반해 튜브는 자일의 꺽임과 확보자의 악력으로 제동을 거는 장비이다. 60kg의 등반자가 상당거리를 자유낙하하면 제동자일을 아무리 꽉 잡아도 일정부분 손에서 자일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 길이만큼 추락자에게 쿠션역할 하게된다.

•그런까닭에 페츨에선 그리그리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캠이 원위치되는 방향으로 강한 스프링을 내부에 넣었다. 그결과 자일이 급격하게 멈추는 것을 어느정도 보완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이유로 자일이 캠을 돌리는 마찰력이 상당히 강해야만 캠이 돌아가서 제동이 걸린다. 내부의 캠을 직접 손으로 잡고 돌려보면 손가락이 아플정도로 강한 스프링이 들어있다.

•그런데 오늘날 사용하는 자일이 점점 가늘어 지고 있다. 굵기는 줄었지만 강도가 더 좋아진 개선된 자일이 나오면서 무거운 자일을 기피하고 가벼운 자일을 선호하고 있다. 자일의 굵기가 가늘어지면서 캠과의 마찰력이 떨어지고, 캠이 돌아가질 않는다. 따라서 함께 등반하는 파트너의 자일직경과 확보기에 표시된 제조사의 주의사항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위 사진은 신치다.

•신치는 캠의 회전을 방해하는 스프링이 없다. 그결과 예민하게 캠이 반응한다. 주자일로는 사용해서 안되는 보조자일 굵기인 8mm도 안되는 자일에서 캠이 반응하면서 제동이 걸린다.

•지나치게 예민하고 급격하게 자일에 제동을 걸어준다. 이렇게 되면 추락자의 허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런데 신치를 그리그리 못지 않게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일제조 기술의 발달에 있다.

•등반에 사용하는 자일은 레펠하강이나 고층건물의 외벽 청소등에 사용하는 자일과는 신축성에 큰 차이가 있다. 적진에 침투하여 경계를 하면서 헬기 레펠을 하는데, 자일의 출렁거림은 방해만 된다. 일반적으로 이런곳에 사용되는 스태틱자일은 1~2%의 신축성이 있다.

•등반용 자일은 8%정도의 신축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정도의 출렁거림이 불편하긴 해도 등반 도중 추락시, 허리에 오는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장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결과 급격한 제동에도 추락자에게 미치는 충격이 상당부분 완화되기에 신치가 큰 무리없이 등반인의 사랑을 받고있는 것이다.

•추가로... 등반자쪽 자일이 확보자쪽 자일을 눌러 제동하는 경우 그리고 캠이 자일유통 통로를 좁혀서 제동하는 경우 외에 전혀 다른 제동을 하는 장비가 있다.

•우리는 하강시 하강점에 퀵드로우를 설치하고 까베스통 매듭을 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보아오고 있다. 까베스통은 자일이 빠지지 않는 매듭이다. 그런데 이런 매듭을 이용하여 등반자를 확보하는 장비가 있다.

•사일런트 파트너란 장비이다. 이 장비는 혼자 등반할 때 사용하는 자동제동기능을 가진 확보기다. 이 장비는 양쪽으로 자일 유통이 된다. 동시에 양쪽으로 자동제동이 된다. 이 장비는 중앙에 회전이 자유로운 원통이 있는데 이 원통에 까베스통 매듭을 한다. 원통이 회전하면서 까베스통매듭이 조여지지 않도록 해준다.



•등반자의 일반적인 몸동작엔 자일이 자유롭게 앞뒤로 유통이 된다. 선등이든 탑로핑이든 상관없이 자일이 원할하게 빠진다. 그러나 자일이 급격하게 빠지면 원통의 가장자리(패인 부분)로 자일이 이동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까베스통매듭이 된다. 묶여서 자일이 빠지지 않는다.

•일간 제동이 걸리면 등반은 잠시 중단된다. 제동을 원위치 시키고, 다시 등반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자일에 체중이 실리지 않는 테라스까지 내려와야한다.

•이때 하강을 하려면 아래쪽 자일을 잡은 상태에서 위쪽 자일을 잡고 순간적으로 몸을 위로 당겼다가 위쪽자일을 놓으면 튜브와 같은 자세로 하강이 가능한 하강기의 역할을 하게된다.

•어떤한 경우에도 오버행에서 자일에 손을 떼면 제동이 되는, 이장비의 단점은 슬랩등 서서히 미끄러지는 곳에서는 등반중 추락하여도 제동이 되지 않아 계속 미끄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장비들이 개발되어 등반자의 안전에 기여를 하고 있다. 다양한 장비사용법과 사고에 관한 내용을 보면서 정립된 등반장비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입장은... 등반장비는 의류나 여타 스포츠용품과 달리 신제품 사용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반장비는 가장 오랜기간 사용되어 왔으며, 무엇보다 현재 가장 많은 등반인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가 최고의 장비라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로 안전하고 편리한 장비를 만들었다고해도, 개성이 다른 수많은 이들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필드에 적응하다보면 개발당시에 몰랐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오랜기간 사랑받은 장비는 적어도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거나, 사용법에 대한 주의사항이라도 알려질 것이다.

 

출처 : 오늘같은 내일...서일하
글쓴이 : 서일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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