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라체 [6,440]/Reference Room

[스크랩] 프리코리아 등반

뭉게구름™ 2010. 11. 22. 18:45

키르키즈스탄의 "프리코리아"를 결국 다녀왔습니다.

 

- 기간: 2010.2.8 - 2.20

- 대원: 오영훈, 문민규

- 대상지: 키르키즈스탄, 알라르챠 국립공원, 악사이 산군

- 대상산 및 루트: 바쉬쉬케이(4515m) 일루셴코루트(5A), 꼬로나(4860m) 서면루트(2A)

 

실제로 목표했던 산인 픽스보보드나야까레야('프리코리아')는 등반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동계 시즌은 이 지역의 기온이 무척 내려가 춥습니다. 그냥 베이스캠프에 머무르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베이스의 평균 최저기온이 -25~-30도 정도였습니다. 그늘 진 북벽 등반에는 손발이 너무 시리더라고요.

 

이번 원정의 주요 목적은 왜 프리코리아인지를 아는 것, 그리고 구소련의 알피니즘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그에 비춰 본다면 많은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먼저 왜 그 산 이름이 프리코리아가 되었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등반가들과 대화도 나누고, 특히 키르키즈스탄 알파인 클럽 회장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2월 26일까지 산에 있는 것이었는데, 산에서 지낸 지 9일 째 민규가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크지 않은 작은 부상으로 끝났는데, 상태가 병원에 가 봐야 할 정도였기 때문에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키르키즈스탄의 알라르챠 국립공원은 키르키즈스탄의 수도 비쉬켁에서 약 30km 떨어져 있습니다. 도보로 약 4시간을 오르면 베이스캠프로 지낼 수 있는 해발 3200m의 '라첵' 산장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는 주변에 약 15개의 산과 수십 여개의 루트가 등반가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은 모두 4천 미터 급이고 루트는 러시아체계로 2급~6급으로 다양하며, 대개 쉬운 루트는 당일 등반이 가능하고, 6급 루트 중에서는 2박 이상의 등반루트도 있습니다. 등반 시즌은 3월부터 10월로, 5월부터 8월까지는 베이스 주변이 수백 명의 등반가들과 등산학교 훈련캠프로 북적댄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짧은 기간의 알파인 등반을 위한 원정이라면 이곳보다 나은 지역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비용이 저렴하고, BC까지의 소요시간이 아주 짧습니다. 등반환경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등반지에는 쉬운 루트부터 어려운 루트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번 원정을 통해 얻은 자료는 잡지나 보고서, 단행본 발간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키르키즈스탄 알파인 클럽 회장님은 그 나라의 등반대상지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저에게 줘서 공동으로 한국에서 관련 책자 출판을 진행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알라르챠 산군의 픽스보보드나야까레야 "프리코리아"의 북벽입니다. 총 18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습니다. 벽 등반거리는 1,100m 정도 됩니다. 이 근방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들이 이 벽에 있습니다. 이름이 왜 '프리코리아'인지는... ㅋㅋㅋ 비밀 ~~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바쉬쉬케이'(4515m).

우리는 첫 등반으로 중앙 끌루와르 빙벽(일루셴코루트, 5A)을 등반했습니다. 빙벽 길이가 어느 정도 될까요? ㅋ

 

 

 

 

 

 

본격적인 등반.

하단부를 등반하는 문민규 대원.

낮은 기온으로 빙벽이 아주 단단하게 얼었습니다. 피크가 바위를 찍은 것처럼 무뎌 질 정도입니다.;; 아이젠은 잘 박히지도 않고... 경사가 급하지는 않은데 어려운 등반이었습니다.

 

 

 

 

 

 

약 300미터 가량 등반했을 무렵 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중간 즈음에서 하강을 결정했습니다.

하강은 등반로프인 8mm 60m(더블) 한 동을 아발라코프에 직접 끼우고, 5mm 65m 코드슬링으로 회수 로프를 연결해 하강했습니다.

 

 

 

 

하강 중인 문민규 대원.

 

 

 

며칠 재정비 한 뒤 오른 산은 인근에서 가장 큰 산인 꼬로나봉입니다.(4860m) 일단 서면 노멀루트(2A)로 등반을 출발했습니다. 등반은 주로 약 40도 경사의 설벽을 오르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추워 해가 뜨기 전인 새벽에는 일어나지조차 못했습니다. 결국 정상에는 못 이르고 중간에 하산을 결정해야 했지요.

 

 

결국 정상 직하 베르그슈른트에서 깃발을 들고 사진촬영 ㅎㅎ

 

 

 

 

베이스캠프인 라첵스톱(3200m). 바로 앞에 악사이 산장이 있습니다.

 

 

 

어느 날 새벽에 텐트 앞을 내다보니 산양 예닐곱 마리가 내려와 있기도 했습니다.

스노우 레오파드 발자국도 산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기 전과 내려온 뒤, 키르키즈스탄 알파인 클럽 회장인 블라디미르 꼬미사로프를 만나 장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했습니다. 소련의 등산과 그 역사, 키르키즈스탄 등산의 현재 등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키르키즈스탄 등반 대상지에 관한 자료를 받아 오는 소득을 얻었습니다.

 

 

 

키르키즈스탄의 알라르챠 산군 전경. 마치 서울에서 고개를 들면 북한산이 보이듯이, 수도 비쉬켁에서는 이와 같이 높은 산들이 어렵지 않게 보입니다. 이 알라르챠 산군은 짧은 접근과 잘 정비된 등반환경 탓에,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구소련 등산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습니다.

 

 

 

 

 

 

출처 : KSAF구조대
글쓴이 : 오영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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